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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창고

영화 속 악마 Best 4

by 야키디 2023. 7. 22.

각 시대는 그 시대의 정신과 선입견을 반영하는 악마들을 생산한다. 18세기가 되자 물질주의적 우주관의 습격과 함께 악마들을 부패한 상상의 산물로 여기게 되었다. 예를 들어 호가트는 감리교도들을 풍자하고자 했을 때 아주 육체적인 형상으로 악마를 그렸다. 그의 그림은 교회에서 잠든 노예의 귀에다 속삭이는 뿔 달린 악마를 보여준다. 20세기 초에는 악마들을 많은 장식을 갖춘 가상적 피조물로 보았는데, 예를 들면 해리 클라크가 그린 괴테의 파우스트 삽화가 있다. 

 

악마의 실재를 믿는 현대인들은 극소수이며, 단지 오락거리 정도로만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시대의 악마학적 문학, 영화, 드라마 문화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악마들의 목적을 잘 아는 비전주의자들은 악마들이 이러한 상황에 아주 만족해 한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악마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존재를 믿지 않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엑소시스트의 파주주(Pazuzu)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바람의 신으로 여겨졌으나, 아키드인은 신성한 존재라기 보다는 열병을 가져다 주는 존재로 믿었다. 따라서 마왕 같은 존재로 여겨졌는데, 이 마왕을 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파주주의 노여움을 피하고 그의 힘으로 다른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임산부와 아기를 해치려는 존재들을 막고 집안을 지키고자 파주주의 머리 형상을 본따 만든 주구를 널리 사용했다. 현대에도 고고학자들이 파주주 머리 형상의 주구를 흔히 발굴할 정도로 당시에는 대중적인 풍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주주의 모습은 사자의 머리와 팔, 독수리의 다리, 등에는 새의 날개, 전갈의 꼬리를 달고 뱀의 성기를 지닌다고 한다.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파주주는 리건 테라사 맥닐에게 빙의한다. 자신을 '파주주'라고 칭하지는 않지만 영화 초반부에 파주주의 석상 머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 악마가 '파주주'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파주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파주주에 씌인 리건은 괴상한 목소리를 내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한다. 몸이 공중에 떠오르며 욕설을 퍼붓는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왜 하필 파주주인가. 

 

앞서 언급한대로 파주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 특히 태아와 갓 태어난 아기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악마 라마슈투(Lamashtu)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힘이 있다. 따라서 고대인들에게 파주주는 무서운 악마인 동시에 불행을 막아주는 방패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리건이 파주주에게 씌인 이유는 영화 안에서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아마도 영화에서는 구마 의식을 전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구마 의식의 뿌리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대표적인 악마 중 하나인 '파주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구마사제가 악마에 씌인 사람에게 거룩한 물을 뿌리며 기도문을 읽으면 마귀가 쫓겨나가게 되고, 그 사람은 깨끗해진다.'는 점토판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구마 의식에 대한 체계가 정립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 유전의 파이몬(Paimon) 

 

솔로몬의 일흔두 영 중 하나이다. 낙타를 타고 신하들에게 둘러싸인 강력한 왕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괴로움을 줄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몬은 또한 에녹계 악마들(타락하는데 동의한 천사들)중 하나이기도 하며, 연약한 용모를 지니고 있지만 "화려한 왕관을 쓰고 단봉낙타에 탄 남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엄청나게 큰 고함을 지르고 포효하면서" 나타난다고 한다. 파이몬이 소환되는 이유는, 마술사가 어떤 욕망을 바라든 그것을 줄 수 있는 힘이 있고, 모든 예술과 학문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유전>에서 파이몬의 정체는 영화 말미에 파이몬을 숭배하는 집단이 파이몬을 소환하는 주문과 의식을 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 전까지 파이몬은 하얀 빛으로 등장인물의 주위를 떠돌아다닌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살한 직후 그의 몸 속으로 들어가 육체를 얻고 부활한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마술서에는 가족 중 가장 어리고 약한 남자의 몸을 빌어 현생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또한, 실제로도 여자 모습을 한 남자로 전승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족 중 찰리(여동생), 그가 죽고 난 이후에는 피터(오빠)에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3. 검은 사제들의 마르바스(Marbas)

 

솔로몬의 일흔 두 영 중 하나로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마르바스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르바손(Barbason)을 알아야 한다. 바르바손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대중에게 인식된 악마의 이름이다. 셰익스피어의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에서 이름이 언급되며, <헨리 5세>에서 님(Nym)은 "나는 바라바손이 아니야. 자네는 나를 소환할 수 없어." 라고 외친다. 셰익스피어는 사자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악마 마르바스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악마 마르바스의 가명이 바르바스라고 했던 레지널드 스코트로부터 이 이름을 가져왔다. 

 

마르바스는 검은색 갈기를 가진 사자의 모습이거나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때는 주로 피투성이 얼굴이다. 인간에게 몸이 썩는 질병을 퍼뜨리기도 하며, 반대로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 특히 공예에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소환자에게 그 자식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기분이 나쁘면 인간을 다른 동물로 바꿔 버린다고 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김신부와 최부제의 몸에 검은 얼룩이 나타난다. 이는 매독의 징후로 보이는데, 마르바스가 질병과 관련된 악마이기 때문이다. 최부제가 돼지를 들고 뛸 때, 팔이 곪아,  썩기 시작하는데 이때에도 마르바스가 일으킨 일이다. 또한 정신부가 거미에게 물린 꿈을 꾸는데, 이는 마르비스를 지키는 사령으로 등장한 것이다. 

 

4. 더 넌의 발락(Valac) 

 

솔로몬의 일흔두 영 중 하나이자 에녹계 악마들 중 하나이다. 머리가 둘 달린 용을 타고 작은 날개를 단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파충류를 지배하며 숨겨진 보물을 찾으려고 할 때 소환된다. 다른 악마들에 비해 현명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늘 진실을 말한다고 한다. 

 

영화 <더 넌>은 루마니아 외딴 곳에 외치한 수녀원에 발락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발락의 발현은 주로 수녀 얼굴에 씌여서 나타나는데, 무서운 모습이기는 하지만 발락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저 어맛, 깜짝이야! 정도의 수준. 

 

 

 

 

 

 

악마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반드시 악마와 관련된 의식이 보여진다. 예를 들어 악마 소환 의식이나, 구마 의식이다. 소환은 죽은 자들의 영이나 악마들을 저승에서 불러내는 것을 뜻한다. 구마는 소환술의 그리스도교적 방식이며, 사제는 어떤 사람이나 장소에서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의례를 행해야 한다. 악마는 적절한 날 적절한 시간에 소환해야만 한다. <솔로몬의 열쇠>라는 책에는 행성의 날과 부합하게 일곱 악마를 소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부분의 소환 의례는 소환의 서곡으로 다양한 기도를 하고 천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소환 의례를 합당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마법의 칼, 막대, 검, 지팡이, 바늘, 낫 등과 같은 여러 의례 도구들을 준비한다. 의식용 서류를 쓰는 데 사용하는 펜과 잉크도 구마 의례를 행하고 훈증 소독해야 하는 기도의 대상이다. 어떤 경우에는 새의 어느 깃털을 사용해서 깃펜으로 쓸 것인가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구마 사제가 구마 의례를 통해 악마 들린 사람의 몸에서 악마를 축출하면, 악마는 대개 입을 통해서 빠져나간다는 것이 구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악마 소환에 대한 몇몇 문헌은 피의 희생을 강조한다. 때로 어린양이나 새끼염소가 희생되는데, 소환사(혹은 마술사) 자신이 직접 처단해야 한다. <솔로몬의 열쇠>는 "네가 더 쉽게 베어낼 수 있도록, 너의 새끼염소를 목구멍이 위로 가게 해서 제단 위에 두어라. 그리고 소환하기를 바라는 영의 이름을 부르면서 너의 칼로 단번에 베어라." 라고 밝힌다. 

 

소환과 구마 의례가 공유하는 인식은 악마를 복종시키는 것이다. 마귀를 추방하는 이야기는 구양성서와 신약성서에 모두 나오며, 이는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 관습으로 채택되었다. 구마 의례는 가톨릭교회와 성공회의 표준적인 의례로 남아 있고, 주교의 허가를 직접 받아야 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