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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창고

오노 슌타로의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by 야키디 2023. 9. 4.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자신 역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대가 한참 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소설가 코맥 매카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이렇게 썼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영혼이 없는 인간의 눈은 무엇의 창인가. 나는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평범하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이 있고 남다른 시각을 가진 보통과는 다른 눈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세계로 간다." 

 

두 사람 모두 괴물과 괴물을 마주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노 슌타로의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에서는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을 찾는다. 도대체 이들은 왜 괴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오노 슌타로는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사건들이 '인간이 아닌 괴물'의 짓이라 규정짓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괴물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노 슌타로는 '블랙박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괴물을 연구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블랙박스'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용어로 입력과 출력의 관계를 중시하는, 내부구조를 알 수 없는 장치나 구도를 가리킨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블랙박스 덕에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일부터 인터넷 쇼핑까지, 별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고 클릭하여 실행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블랙박스는 기호화, 그리고 패키지화함으로써 디지털사회의 모든 방면에 퍼져 있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내부 메커니즘을 불투명해지고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되지만, 아무도 거기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을 기계와 같은 블랙박스라고 생각해 보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인간관계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을 때는 별 탈 없을 것이고 이야기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떤 '입력'에 대해 누군가가 이상한 '출력'을 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문제는 거기에 있다. 

 

저자는 문제 해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제시한다. 첫째, 내부 메커니즘을 다시 점검하여 수리하는 것. 둘째, 수리하지 않고 전체를 교환하는 방법.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괴물이 탄생한다. 살인범 등의 괴물이 발생하는 원인은 생각지도 않고 그들에 대한 감각적 혐오감만으로 판단한다면, 평소부터 배제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를 괴물 예비군으로 상정하여 선제공격하는, 새로운 비극을 낳는 일도 발생한다.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이러한 대량생산시대 사회의 특징인 히스테릭한 불안을 묘사해 낸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프랑켄슈타인> 이후, 이런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는 수백 년에 걸쳐 블랙박스화가 진행되어 온 이 사회에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들 소설과 영화는 주인공의 운명을 놓고 조마조마하게 가슴 조이게 하는 오락작품인 동시에, 나아가서 그 사회와 시대의 편견과 가치판단을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소재와 표현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금도 건재함과 동시에 괴물의 모습도 변모했다.

 

이 책에서는 문화사적 접근을 시도한다. 1부 1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 그리고 있는 창조자와 피조물에 주목하여 아버지와 아들의 승인문제를 다룬다. 18세기에는 정식으로 '공감'과 '동정'이 구분되었는데, 등장인물들이 이 구분의 주문에 걸려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1부 2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직속 후계자에 대해 다룬다. 특히 로봇 이야기를 통한 인공지능이나 모방의 문제,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라는 창조자와 피조물이 서로에게 갖는 상호 불안이 문제의 초점으로 부상한다. 

 

2부에서는 19세기말 고딕 호러의 대표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투명 인간>, <흡혈귀 드라큘라>를 중심으로 괴물로 변하는 인간들의 욕망을 파헤친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시스트처럼, 사회 내부에서 발생하고 외부에서 침입하는 괴물들을 상대로 어떤 보안 시스템을 깔았는가에 대해 명확히 한다. 

 

3부 1장에서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멋진 신세계>, <해변에서> 등의 소설이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세계의 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20세기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야생이 사라지고, 온통 인공물투성이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른바 할리우드 공식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조스>, <쥐라기 공원>, <A.I.>, <마이너리티 리포트>, <뮌헨>을 통해 괴물 창조의 의미에 대해 예리한 물음을 던진다. 

 

따라서 '아사히 신문'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과학기술의 거대한 발달이 인간의 생존과 이성을 위협하고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소설들을 통해 과학의 문제성과 가치관의 혼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통렬하게 짚어낸 작품이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고딕소설을 읽는 유희를 제공함과 동시에 '괴물'들의 실태를 고찰해 볼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