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제작 방식에 따라 라이선의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로 나뉜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해외에서 성공한 뮤지컬을 국내에 들여와 공연하는 것을 말하고, 창작 뮤지컬은 말 그대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제작하여 공연되는 뮤지컬을 말한다. 라이선스 공연 기획은 국내 프로듀서가 원 저작권자에게 공연의 권리를 획득함으로써 시작되는데, 이때 레플리카 뮤지컬과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나뉜다.
1. 라이선스 뮤지컬
라이선스 공연을 모방과 창조의 중간 형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은 다른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중간 단계의 창작과정이나 재제작 과정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만든 공연을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국내 제작 현실과 정서에 맞춰 작품을 재구성할 수 있다.
라이선스 공연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레플리카 형식이나 논 레플리카 형식이나 원 저작권자에게 사용료인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비슷하다. 해외 로열티 비용은 작품마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대개 10% 정도의 선에서 계약되는게 일반적이지만 2006년 한국에서 공연되었던 <미스 사이공>의 경우 매출액의 25%를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로열티를 지불한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뮤지컬 만들기>라는 책에서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공연하므로 대사나 노래를 바로 알아들을 수 있고, 특정 뮤지컬을 보기 위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제작사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확실한 작품을 제작하므로 작품 선택에 불안함이 없다. 또한, 제작사는 외국 뮤지컬 공연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한국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화려하고 재미있는 외국 뮤지컬에 맛을 들이면 자칫 창작 뮤지컬을 보기보다 무조건 외국 뮤지컬만을 선호하게 될 우려가 있다. 제작사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창작 뮤지컬보다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외국 뮤지컬만 제작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대작 위주의 뮤지컬로 인해 관람료가 비싸지기도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외국 뮤지컬이 아무리 좋아도 외국 뮤지컬일 뿐, 한국 뮤지컬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 뮤지컬이 결코 우리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2. 레플리카 뮤지컬
레플리카 뮤지컬(Replica Musical)은 국내 배우와 스태프들에 의해 한국의 실정에 맞게 현지화 과정을 거쳐 해외 뮤지컬이 국내의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며, 한국어 공연을 통해 대화와 노래를 자막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었던 2013년 뮤지컬 <위키드>와 2015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바로 '레플리카 뮤지컬'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한 종류인 '레플리카 뮤지컬'에 대해 언론 매체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레플리카란 음악부터 가사, 안무, 의상, 무대 세트, 소품까지 작품의 모든 것을 오리지널 공연과 동일하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해외 원작자에게 판권을 구매해 무대에 올리는 라이선스 공연의 일종이다. 레플리카는 원작의 세세한 부분까지 구현하며 작품 고유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창작진의 재해석이 어려우므로 국내 관객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본래 정교한 사본을 뜻하는 레플리카. 공연계에서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뉴스컬쳐, 6월 25일)
이때, 국내 크리에이티브 팀은 '수퍼바이저'라는 이름으로 공연에 참여한다. 수퍼바이저(supervisor)는 레플리카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올 때, 해외와 동일하게 국내 극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총괄하는 국내의 헤드 스태프를 칭한다. 예를 들면, '무대 수퍼바이저', '조명 수퍼바이저'가 되는 것이다. 수퍼바이저의 정의는 '총감독(director)'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직책으로 디렉터가 제작 실무의 총책임자라면 현장 감독은 분야별 또는 작업별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레플리카 뮤지컬의 경우에는 원 메이저 프로듀서가 자국 이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공연을 직접 관리한다. 이들은 각 나라의 현지 제작사에서 진행하는 번역이나 연출, 세트 및 의상제작, 캐스팅까지 직접 관여하며 원작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공연 운영 매뉴얼까지 제공한다.
일례로, <맘마미아!>의 한국 공연에서는 원곡의 느낌이 공연에서 정확히 표현될 수 있도록 '아바'의 승인을 받은 음향시스템을 뒷받침 해야 했고, 2009년 두산 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벽에 붙은 전구 하나까지도 원 프로덕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레플리카 공연에 참여한 국내 스태프들은 작은 소품 하나조차 바꿀 수 없으며, 원 프로덕션 대리인의 지시에 따라 보조역할을 하는 정도에서 작품에 관여하게 된다.
이와 같은 레플리카 뮤지컬의 장점을 제작자 설도윤은 그의 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계기로 무대 전반에 걸쳐 해외 선진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이때 선진 제작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전수 받은 인력들이 현재 국내 뮤지컬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 인력이 늘어나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도 하드웨어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제작시스템도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3. 논 레플리카 뮤지컬
논 레플리카 뮤지컬(Non-Replica Musical)의 대표적인 작품은 2004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경우는 공연 판권과 대본, 음악을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국내에 들여왔다. 이런 경우는 기존 작품의 본질은 유지하되, 현지 프로덕션의 상황에 맞춰 대본과 음악을 제외한 연출과 무대미술 등 수정이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처럼 원작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작품을 변형한 뮤지컬을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시장은 논 레플리카 형태로 수 많은 공연이 올라가고 있다. 아마 라이선스 그대로 들여오지 못하는 제작사의 여러 가지 사정도 있겠지만, 국내 실정에 맞춰 각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 레플리카 공연 시 국내 크리에이티브 팀은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즉, '무대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 등 디자이너로 불린다.
정리하자면 논 레플리카 공연은 로컬 프로듀서가 작품의 공연권을 획득한 뒤 국내에서 새롭게 '리-프로덕션'하는 형태를 취한다. 논 레플리카 공연의 경우에는 프로듀서의 역량과 의도에 따라서 작품의 제작 방향과 디자인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나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논 레플리카 공연 계약은 대부분 대본과 음악 사용권만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프로듀서와 제작진이 그들의 의도와 역량에 따라 세트, 의상디자인, 연출, 안무까지도 각 나라 관객의 정서에 맞도록 작품에 새 옷을 입힐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2014년 블루스퀘어 공연 인터뷰에서 레플리카 공연과 논 레플리카 공연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전 세계에 똑같은 공연이 올려집니다. <위키드>,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의 공연은 세계에서 똑같이 올려지죠. 노래의 음정 하나도 바꿀 수 없고, 아무것도 건드릴 수 없어요. 그러나 프로듀서들은 작곡가인 나보다 관객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 것이니 그들이 몇 가지 추가하거나 수정을 원한다면 수용해 주자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도 똑같은 프로덕션의 <지킬 앤 하이드>가 올라갔던 적이 없습니다. 즉, 똑같은 모양으로 잘려진 쿠키 같은 버전이 있는게 아니라 모두 다 완전히 다른 버전인 거죠. 세트, 연기하는 방식, 연출 방식이 모두 달랐고 대부분이 멋졌습니다. 모든 공연은 배우, 프로듀서, 연출이 관객을 잘 이해하는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것은 모두 그 나라 관객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선택이었어요. 그들은 멋지게 임해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한국의 프로덕션이 굉징히 마음에 듭니다."
<지킬 앤 하이드> 신춘수 프로듀서는 작품의 성공 요인으로 원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국내 스태프로 꾸려진 크리에이티브 팀의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을 선택한 것에 있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