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뮤지컬은 더 이상 어색한 예술 장르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고통과 한숨 그리고 사랑의 언어를 가슴에 담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준비가 된 관객들이 많아졌다. 더 이상 "왜 갑자기 노래를?" 하면서 뜨악하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알게 모르게 뮤지컬이란 양식에 스며들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이제 우리 문화 콘텐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 볼 시간이 되었다. 무릇, 아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또한 그러하리니.
1. 사전적 의미
뮤지컬에 대해 정의한 사전과 포털 지식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뮤지컬이란 '뮤지컬 시어터(musical theater)'의 약어이며,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 뮤지컬 코미디(musical comedy), 뮤지컬 레뷔(musical revue)의 총칭으로 연극 노래, 댄스를 조합한 연극이다.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가 어루어지는 무대극 공연 양식이다. 기본 형태는 오페라와 연극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맞추어진 연극이다.
뮤지컬은 미국에서 발달한 현대음악의 한 형식으로, 음악, 노래, 무용을 결합시킨 것으로 그 위에 레뷔, 쇼, 스펙터클의 요소를 가미하여 상연하는 종합무대예술이다.
20세기 초에 영국와 미국에서 발생하여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한 음악극이다.
대부분의 정의들이 위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정의들의 공통분모를 뽑아보자면, 음악(노래), 춤,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가지가 뮤지컬의 3대 요소로 여겨진다.
2. 오페레타와 뮤지컬
무대위에서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장르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바로 오페라. 하지만 오페라는 귀족들의 우아한 문화생활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오페라는 볼 거리가 아니라, '들을 거리'였고, 따라서 눈을 감고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용은 또 어떠한가. 비극, 비극, 비극이었다. 비장함과 웅장함... 그것이 귀족의 취향에 맞았던 것일까? 내용은 모름지기 그래야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진지한 것을 도저히 못 참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또한, 뭔가 새로운 것 한 스푼을 꼭 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무렵부터 사람들은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가벼워진 장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것을 '오페레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페레타는 대사 없이 오로지 노래로만 구성된 오페라와는 달리, 배우들의 대화가 삽입되었고, 가볍고 유머러스한 내용에 거의 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상연 길이 또한 오페라에 비해 짧았고, 대개 막과 막 사이에 소규모 희극, 발레나, 왈츠 등도 삽입 되었다. 그렇다. 오페레타에는 뮤지컬의 3대 요소가 들어가 있다. 음악, 춤, 드라마! 하지만 우리는 오페레타와 뮤지컬을 구분한다. 도대체 왜? 오페레타가 오페라에서 파생되었듯이, 뮤지컬도 오페레타에서 파생되었으나, 거기에 '미국의 토착문화'라는 것이 한 스푼 들어가 버려 다시 비슷하지만 오묘한, 뭔가 독자스러운 맛을 냈기 때문이다.
3. 미국 문화와 뮤지컬
누가 뭐래도 오페레타의 아버지는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1883년 뉴욕에서 <프랑스적인 삶>이란 작품이 공연되었는데, 이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오페레타 열풍이 미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유럽 문화권이 아닌 아주 다른 대륙의 새로운 문화 속의 열풍이라,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쇼 형식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쇼는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 벌레스크(Burlesque), 레뷔(Revue), 보드빌(Vaudeville)이었다.
민스트럴 쇼는 지금은 사라진 쇼다. 그도 그럴 것이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쇼로, 주로 흑인 비하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당시에는 흑인이 무대에 배우로 설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벌레스크는 지금으로치면, 스트립쇼다. 레뷔는 하나의 주제나 특별한 스토리 없이 각종 노래와 화려한 춤을 나열하는 쇼다. 지금으로치면, 일종의 '쇼 음악 중심!' 이라고 할까? 보드빌은 춤, 노래, 묘기, 마술, 서커스 등 여러 종류의 볼거리에 음악과 춤이 들어간 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성격이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런 볼거리 즉, 스텍터클한 요소가 오페레타와 섞이면서, 새로운 문화 장르가 만들어졌으니 그것이 바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미국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부상하고 있었다. 바로 영화! 1920년대 중반에 등장한 무성영화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무성영화 배우들은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으로, 영화관은 배우의 얼굴을 조금 더 크게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졌고, 스토리도 연극만큼 짜임새 있을 수 없었다. 왜? 필름값이 비싸니까. 따라서 본격적인 유성영화가 등장하기까지 연극과 뮤지컬은 사람들의 눈과 귀와 머리와 가슴을 채워주는 장르였고, 특히 뮤지컬은 그 안에 '음악'까지 어우려져 만족감이 배가 되는 장르였다. 따라서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가 뮤지컬의 탄생부터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4. 야키디의 정리
무대 위의 양식을 우리는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연극, 뮤지컬, 이외에도 신체극, 총체극, 무언극, 창극... 이러한 양식 짓기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제작자가 어떤 표현 양식에 주력하고 있는지를 피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건 뮤지컬이야!" 라고 부르고 싶다면 반드시 뮤지컬적인 요소가 두드러져야 한다. 뮤지컬의 3요소 음악, 춤, 드라마가 느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음악'이 '드라마'와 어우러져야 한다.
뮤지컬에 대사가 없어도 뮤지컬이 될 수 있나? Yes! 뮤지컬 <콘텍트>를 보라. 오로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드라마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춤이 없어도 뮤지컬이 되나? 물론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을 보라. 그의 뮤지컬에는 동선은 있으나 딱히 춤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드라마는가 없다면? 이 질문이 '대사'를 뜻하는 것이라면 맞다, 대사가 없어도 뮤지컬이 될 수 있다.
뮤지컬은 음악으로 드라마를 느끼게 하는 장르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도 괜찮다. 그 음악을 느끼면서 춤을 추면서 드라마를 전달하면 되니까. 그럼 발레나 현대 무용과 무엇이 다르냐고? 뮤지컬은 그 장르 안에 무엇이든지 포함시킬 수 있다. 발레를 추다가 힙합을 할 수 있고, 바닥을 뒹굴 수도 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그러한 잡탕을 허한다. 그리고 그 모든 잡탕을 아우르는 아주 멋진 MSG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음악이다. 음악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뮤지컬이란 장르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은 음악안에서 모든 것을 허하는, 공연예술의 자유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