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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창고

뮤지컬 대본 쓰기

by 야키디 2023. 8. 21.

뮤지컬 대본은 시작부터 종결까지 차례대로 써지는 일이 거의 없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각 부분별로 구성하여 서로 짜 맞추어지도록 써지며, 작업 내내 작가는 주제곡이나 대사의 간결함, 솔로곡, 듀엣곡, 무용곡, 대위 등 일반 정극과 구별되는 뮤지컬의 여러 요소들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국내 뮤지컬 작업은 대본과 가사를 한 사람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앤드 뮤지컬의 경우 작가와 작사가의 역할을 분리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두 경우 모두 염두해야 할 부분은 '1막 시작 부분, 2막 시작 부분, 클라이맥스, 피날레'다. 그 외에도 캐릭터가 처음 소개 되는 부분이나, 서브플롯 또한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글도 마찬가지겠지만, 뮤지컬 대본 또한 전략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관객들 뿐만 아니라, 그 대본을 첫 번째로 보게 되는 사람들(제작자, 작곡가, 배우들)을 매료시켜야 하고, 그래야 무대에 올려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요소를 살펴보고, 뮤지컬 대본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써야 할지 감을 잡아 보자. 

 

 

 

 

1.시작 

 

뮤지컬의 시작 부분에서는 시대 배경, 전체적인 분위기(톤), 캐릭터들, 장소, 플롯...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소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서는 안 된다. 제롬 로빈스는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노래를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한다." 

 

시작 부분이 가장 유명한 뮤지컬로는 <오페라의 유령>이 있다. 이 뮤지컬의 첫 장면은 경매 진행자의 망치 소리가 관객들의 환기를 일깨우면서 시작한다. 퀴퀴한 느낌의 낡은 커튼과 19세기말의 의상으로 장소와 시간을 알려 준다. '페르시안 가운을 입은 심벌즈 치는 원숭이'가 드 샤니 자작이라는 사람에게 팔린다. 이 캐리거는 잠시 후, 젊은 주인공으로 다시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노래를 시작한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이 뮤직 박스가 계속 연주를 할까...' 이러한 신비스러움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심화되면, 관객들은 궁금해진다. 

 

"이 남자는 누구일까?" 

 

경매 진행자는 오페라 하우스의 유명한 샤을리에의 값을 매기면서 끔찍한 뒷얘기가 얽힌 물건이라고 말한다. 이 샹들리에는 복원된 것이며, 전기도 이용할 수 있게 수리되었다고 설명한다. 샹들리에는 천천히 객석의 천장 끝까지 올라가고 사회자가 수년 전에 이 샹들리에에 놀라 도망간 귀신들 얘기를 입에 올리면, 오르간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강하게 시작되면서 서곡으로 이어진다. 

 

이때까지 관객들은 벌써 주요 등장인물 중의 하나를 만나 보았고, 들은 이야기를 추려 보면서 엄청난 재앙이 펼쳐질 것이며, 저 위에 매달린 골동품 샹들리에의 위협을 느끼고 놀라게 될 유령들에게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리고는 그 샹들리에가 19세기로 유령들을 이끌고 돌아가면서 극장은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로 무대를 옮긴다. 

 

모든 뮤지컬이 대사로 시작해야 한다거나, 대사를 장면 설명하는 데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분위기와 배경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시기, 장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다. 이 작품에서는 러시아의 유대인 마을인 아나테프카로 관객을 데리고 가서, 그 동네 사람들과 주요 캐릭터를 소개한다. 더불어 이 작품의 콘셉트인 '전통'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물론 음악을 통해서.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도 뮤지컬의 콘셉트를 확연하게 드러나게 하는 작품 중 하나다. 작품은 독신으로 살고 있는 주인공 바비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여, 모두 커플로 구성된 손님들이 바비를 놀라게 하기 위해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시작한다. 이 몇 분 동안 관객은 커플들 뿐만 아니라, 이들 각자의 눈에 비친 바비의 모습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2. 주요 캐릭터 소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는 '도박사의 푸가'라는 노래로 작품이 시작된다. '도박사의 푸가'는 경마 바람잡이들의 노래를 통해 작품의 화려한 세계를 소개한다. 이렇게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대본에서는 시간 자체가 없어야 한다. 

 

뮤지컬 <오클라호마!>의 막이 오르면 주인공 컬 리가 무대에 나와 '오, 나의 아름다운 아침'을 노래하고, <헬로, 돌리>의 돌리는 처음부터 자신의 철학에 대해 노래하며, 5분 내에 작품 전체의 콘셉트를 확실하게 전해 준다. 

 

주요 캐릭터의 소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크 스타인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아는 작품들 중에서 <상류 사회> 같은 경우... 그 작품을 만들면서 국립 극장의 예술 감독인 리처드 아이어는 필요하다면 콜 포터의 원작을 마음대로 뜯어고쳐도 좋다는 절대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그는 원작 희곡 <필라델피아 이야기>를 살펴보다가 저널리즘과 좀 모호한 듯하게 연결될 수 있는 노래를 하나 찾던 중 <앰배서더의 스펠링이 뭐더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진부한 저널리스트들이 하도 멍청해서 스펠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자기들이 쓰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겠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담고 있었지요. 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곡은 작품의 흐름을 방해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알고 보면 바로 사진 기자와 저널리스트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감정 이입을 해야 할 사람들인데... 그러니 리처드 아이어의 시작곡은... 관객들이 작품의 방향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없느니만 못한 곡이 되고 말았지요. 이 얘길 하다 보니 <프론트 페이지>라는 뮤지컬이 생각나는데요, 바로 부패한 저널리스트에 대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한 40분간을 미적거리다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 있어요?>라는 기막힌 노래를 시작하는데, 주인공의 철학을 잘 설명해 주는 곳이었죠. 

 

뮤지컬은 노래 한 곡 속에서 거의 동시에 전체 인물들을 조감할 수 있는 장르이다. <코러스 라인>이나, <베이비>, <컴퍼니>, <링크>와 같은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합창곡은 캐릭터를 소개해 주는 데 효과적이다. 

 

3. 서브플롯 

 

서프 플롯은 진지한 정극에서 쓰이는 주요 테크닉이지만, 음악극에서도 작품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뮤지컬은 노래나 춤 때문에 중간중간 극의 흐름이 멈추기도 하지만 이러한 전환은 전체적인 작품의 구도를 계속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관객들이 노래 한 곡으로 잠시 기분 전화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머릿속에 궁금증은 계속되게 마련이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지금까지 뭘 하고 있나 하는. 

 

서브플롯을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서프 플롯상의 인물들을 장 구성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엮어 내는 것, 그리고 극의 기본 줄거리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3.1. 복합 서프 플롯 

 

해머스티인의 초기 작품인 <쇼보트>는 여러 가지 곁가지가 섞여 있어, 서브플롯을 살펴보기에 좋은 예다. 미시시피 강변의 인생을 그린 에드나 파버의 방만의 소설을 각색하면서 해머스타인은 유람선 주인의 딸인 매그놀리아와 도박사 게이로드 레브널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 세대를 완전히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구혼과 결혼, 부모 되기와 이별, 마지막의 재결합까지가 모두 담겨 있다. 이 기본 줄거리 이외에도 계속해서 수많은 서브플롯들이 계속해서 관객들의 눈을 현혹한다. 서브플롯이 없었다면, 매그놀리아와 레브널의 사랑 타령은 진부한 멜로로 전락해 버렸을 것이다. 

 

이 곁가지 이야기들을 기본 사랑 이야기 앞뒤로 맛깔스럽게 배치함으로써, 해머스타인은 미시시피 강 유람선 안에서 펼쳐지는 삶의 단편들을 하나로 엮어, 풍성하고 입체적인 대본을 완성해 냈다. 

 

3.2. 단순 서브플롯 

 

좋은 뮤지컬이라면 주인공 커플을 둘러싸고 여러 명의 흥미로운 인물들을 다양하게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양념 격의 커플 한 쌍만을 설정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세컨드 리즈(second leads)라고 하는데, 서브플롯상의 주인공 커플을 일컫는 말이다. 

 

<오클라호마!>에서는 헤픈 여자 아두 에니와 그녀를 좋아하는 두 남자, 카펫 외판원과 제법 세련된 농장 일꾼의 이야기로, 숫처녀인 로리와 심성이 착해 보이는 컬리 커플과 굉장한 대조를 이루었다. 해머스타인의 <왕과 나>에서의 서브플롯을 살펴보자. 초반에 샴 왕의 아이들의 선생님인 안나 레오노웬스가 등장하고, 그녀는 텁팀과 그의 애인 룬타 간의 은밀한 사랑의 공모자가 된다. 이러한 상황은 안나로 하여금 동경 어린 노래 '젊은 연인들'을 부르게 하고, 이 노래를 통해 메인 플롯과 서브플롯이 만나게 된다. 2막의 뒷부분에 가서 룬타가 왕명으로 처형되자, 이 야만적인 행동에 분노한 안나와 왕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브플롯이 뮤지컬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콘셉트 뮤지컬의 경우에는 서브플롯이 없어도 훌륭하게 구성될 수 있다. <판타스틱스>나 <컴퍼니>, <코러스 라인>, <퍼시픽 오버쳐>, <조지와 함께 공원에서 일요일을> 등은 오히려 관객들을 쓸데없이 기본 줄거리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없는 작품들이다. 

 

4. 복선 

 

복선이란 하나의 연극적 수법을 설명하는 말이다. '암시'라고도 하는데, 나중에 플롯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악의 없는 단서를 미리 살짝 흘려 두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복선의 예는 수많은 멜로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랍 속에 권총이 들어 있는 것을 보여 준다거나, 집 안에 권총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대사 한 줄에서 극장을 즐겨 찾는 관객이라면 그 총이 마지막 장면에 쓰일 것임을 눈치채게 된다. 

 

뮤지컬에서도 이러한 복선이 필요하다. 중간 휴식 후에도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훌륭한 복선은 줄거리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바로 그것 때문에 전체 내용이 바뀌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플롯의 연극적 장치와 복선의 구성이 매우 비상한 작품이다. 1막의 시작 부분에서 창녀처럼 보이는 미친 여자 하나가 스위니에게 접근해서 "저 혹시, 저 모르세요?"하고 말을 걸면 관객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그 여자 때문이 아니라 과거를 숨기려고 애쓰는 듯이 보이는 스위니 때문이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스위니는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여자의 목을 베어 버린다. 그러고 나서 맨 마지막에 가서야 사실 그 여자는 스위니의 사랑스러웠던 아내 루시로서, 사창가로 쫓겨 옸고, 스위니가 복수를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바로 그 극악무도하고 부도덕한 판사 때문에 미쳐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저 혹시, 저 모르세요?" 했던 미쳐 버린 루시의 목소리는 협박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을 알아보고자 했던 순수한 기대였던 것을 깨달으면서 복선이 깔린 그 대사가 애처로운 아이러니로 가슴 아프게 되살아 난다. 

 

복선은 주의 깊고 교묘하게 사용되었을 때만 그 효과가 살아난다. 모든 뮤지컬에서 복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선이 있음으로 해서 잔재미와 흥미진진함이 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5. 1막의 종결 

 

일반 연극과는 달리 뮤지컬만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시점이 있다. '서곡, 1막의 종결, 2막의 시작, 밤 11시 정각의 노래, 피날레'가 그것이다. 정극의 시작 부분은 흔히 음울하거나 대화 중심이거나 분위기를 잡아 나가도록 구성된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이것이 용납될 수 없다. 몇 마디 대사로 시작하기 바쁘게 곧 관객들을 첫 번째 노래로 빠져 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작 부분만큼 중요한 것이 1막 종결 부분이다. 여기서는 일단 어느 정도 사건들이 해결되는 기미가 보여야 하며, 남겨진 실마리는 피날레에 가서야 풀리게 된다. 특히 요즘의 뮤지컬은 1막이 더 길고, 2막은 좀 짧은 듯하게 구성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막의 마지막이 훌륭하게 장식된 작품을 꼽자면, <드림걸즈>를 들 수 있다. 성동 가도를 달리고 있는 최고의 그룹 '드림즈'의 매니저는 무게 있는 가스펠 타입의 목소리를 가진 팀 리더 에피에게 무대를 떠나라고 선언하면서 더 멋진 여가수에게 무대뿐만 아니라 잠자리까지 대신하게 될 거라고 알려 준다. 이에 'I'm telling you I'm not going'이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이 단순한 제목이 작품의 주제를 설명해 준다. 이 부분에서는 1막의 피날레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가 있다. 관객들을 약간의 궁금증 속에 남겨 놓으면서, 2막을 준비하게끔 만들었고, 기립 박수까지 칠 만큼 감정을 자극해서 음료수를 마시고 나서 자기 좌석으로 얼른 되돌아오도록 했던 것이다. 

 

6. 2막 

 

'2막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전개 부분에서 한 바탕 멋지게 신바람을 일으키고 났지만, 어찌 된 일인지 2막에서 추진력이 지속되지 못하고, 한풀 꺾이게 되는 연극, 뮤지컬 작품들이 심심치 않아서 등장한 말이다. 관객을 2막까지 이끌어, 2막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2막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줄거리가 있는 뮤지컬이라면 당연히 1막의 느슨함을 조일 필요가 있다. 플롯 구성이 없는 레뷔 형식의 뮤지컬이라면 장면 하나하나가 좀 길어지고, 주제가 좀 확대되고, 풍자는 더욱 신랄해져야 하며, 전체 합창곡 같은 뭔가 흥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더욱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한다. 

 

6.1. 2막의 시작 

 

2막은 언제나 1막의 결과가 되어야 한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완벽하게 1막의 결과를 풀어 나간 예는 손드하임의 <리틀 나잇 뮤직>이다. 이 작품에서 2막의 시작은 1막에 대한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면서 미묘한 흥분을 자아낸다. 1막은 주인공들이 뭔가 터질 것 같은 시골에서의 주말에 초대를 받고 이를 수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대혼란이 예상되고 그 예상은 적중한다. 그래서 2막은 일련의 무리가 시골집에 모두 모이는 것으로 시작해서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긴장감을 유도하는 것이 2막을 시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막 마지막에 견딜 수 없는 긴장감을 남겨 주지만 2막은 기쁨에 가득 찬 밝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리아가 친구들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고 잠시 수다를 떨고 나서는 'I Feel Pretty'라는 노래를 부른다. 

 

6.2. 밤 11시 정각의 노래 

 

세계의 극장들은 극장마다 막을 올리는 시간이 다르다. 또한 과거에는 공연 시작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막을 내리는 시간이었다. 언제 시작하든지 상관없이 브로드웨이에서는 11시 15분경에 막을 내리는 것이 관례였다. 연극은 엘리트들의 오락인 만큼 전철 막차 시간을 걱정하거나 다음 날 출근 시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부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여흥을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공연 후에는 저녁을 먹으러 가거나, 춤을 추러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8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하면, 1막은 대게 10시경에 끝난다. 20분간의 중간 휴식 시간이 지나고, 2막이 올라가는 시간은 10시 25분 정도였다. 즉 2막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 지점은 이야기가 거의 다 풀리고 나서 대규모 합창곡에 도달하는 약 1시경이었던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서 비평가들도 밤 11시 정각의 노래는 구식 수법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브로드웨이에서 밤 11시 정각의 노래가 사용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10시 15분경에 불려지지만 그 용어는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밤 11시 정각의 노래는 극을 절정으로 몰고 가면서 주제를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을 깨뜨리지 않고도 갈채를 자아내는 명배우가 등장한다거나 멋진 합창곡이 펼쳐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3. 피날레 

 

뮤지컬은 삶에 진실한 정도에 관계없이 혹은 결말이 아무리 비극적인가에 상관없이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숭고한 느낌을 남겨 주면서 끝나야 한다. 밤 11시 정각의 노래나 그 이후에 사건이 해결되는 뮤지컬이라면 이제 마지막에 와서 주제곡이 터져 나와야 한다. 훌륭한 피날레 곡이 되려면 극의 흐름상 당연한 귀결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 <코러스 라인><컴퍼니>는  마지막 곡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뮤지컬이다. <코러스 라인>의 마지막 곡인 'one'은 극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스타를 선정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고, 그 제목 또한 이를 나타낸다. <컴퍼니>의 'Being alive'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마침내 마음을 열어 사랑을 받아들인다. 

 

조용하게 끝을 맺는 뮤지컬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대개 소품이거나 감정에 압도된 것들에 한하다. 밤 11시 정각의 노래가 줄거리상으로 결론을 마무리지어 주지 못한다면 등장인물들이 충분한 이해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 결국 결말을 위해 또 다른 곡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앞서 반응이 제일 좋았던 노래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 작전이 될 수도 있다. 구식 방법이긴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고, 많은 뮤지컬에서 성공을 거둔 방법이기도 하다. 

 

7.  다시 쓰기 

 

뮤지컬 창작자들 중 그 누구도 뮤지컬 작품을 검토하고, 고치는 작업을 소홀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이 창조 작업 과정 중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모든 수정은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만, 어떤 때는 한 씬을 전부 다시 써야 되겠다고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왜 이제까지 이런 허점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고 의아해질 만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뮤지컬 작업에서는 할 수 있는 만큼 작품을 다듬고 손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정보출처: 스티븐 시트론 저, <뮤지컬>, 미메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