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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창고

서사극, 관객을 깨우는

by 야키디 2023. 8. 18.

서사극(Epic theater)의 창시자는 브레히트다. 브레이트는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이면서 동시에 연출가였다. 브레히트는 처음 표현주의 세례를 받으면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표현주의 연극은 1920년대 독일 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지만, 곧 단명했다. 인간의 본능과 무의식을 연극적으로 표현하겠다는 표현주의 취지가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브레히트는 표현주의가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 작가 의식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것이 '서사극'이다. 브레히트는 자신이 정립한 이러한 연극 사조를 훗날 '변증법적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였으며, '교훈극'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1. 아르스토텔레스적 연극 

 

브레히트는 기존의 연극을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이라는 공통적 특징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개념과 형식을 도입하면서 서사극의 원리를 정립해 나갔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이란 몇 가지 기본적인 특질을 지닌다. 일단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에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서적 동화'이다. 정서적 동화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론 이래 서양의 연극 작품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감정적인 동일시를 이끌어내며, 궁극적으로 정서적 공감을 얻는 것에 최종 목적을 둔다는 주장이다. 

 

<시학>을 참조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한 연극이란,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와 '연민'의 정서를 갖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종용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는 행위이다. 브레히트는 연민과 공포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로서의 카타르시스를 모두 감정적인 요소로 간주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양 연극의 주요 흐름과 기본적인 특질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연민과 공포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로서의 카타르시스를 모두 감정적인 요소로 간주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양 연극의 주요 흐름과 기본적인 특질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파악한 것이다. 

 

브레히트는 카타르시스가 연극의 최종 목적이자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여겼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브레히트는 자신의 연극은 궁극적으로 정서적 동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현시키는 연극적 방법을 '소외효과'라고 명명했다. 

 

소외는 이화, 소격, 이격 등의 용어로 번역되기도 했는데, 모두 작품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였다.  

 

2. 소외효과 

 

브레히트는 소외효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소외란 무엇인가? 어떤 사건 또는 어떤 성격을 소외시킨다는 것은 우선 간단히 말해서 그 사건이나 성격에서 자명한 것, 알려진 것, 명백한 것을 제거하고 그에 관해서 놀라움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관객이 더 이상 무대 위의 인간을 전혀 불변하며, 영향을 줄 수 없으며, 그들의 운명에 어쩔 수 없이 내맡겨진 존재로 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 이득이다."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감정적인 몰입'  혹은 '정서적 일치'를 경험하는 것에 일차적으로 반대한다. 왜냐하면 극장 바깥의 현실은 냉엄한 질서와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극장 안의 상호아은 그러한 질서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는 온통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데, 관객들은 극장 안에서 자신들과 그다지 관련 없는 이야기에 눈물과 웃음을 소모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력을 잃곤 하기 때문이다. 

 

3. 브레히트의 서사극 

 

브레히트는 서사극의 제작 기법을 몇 가지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재판극 형식이다. 그는 연극 무대를 법정으로 인식하도록 작품을 제시학, 그 법정에서 일어나는 판결에 대해 관객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가령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친모와 양모 사이에서 아이의 진정한 어머니를 가리는 재판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이야기 자체를 두 개의 선택 사항으로 제시하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어떠한 결론이 맺어지는가를 연극을 통해 구현하여, 실제 상황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관객들이 직접 생각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토론과 가정의 연극 못지 않게 서사극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서사적 화자'의 등장이다. 본래 서양의 연극은 연극적 환각을 발생시키는 것을 주요한 미학적 목표로 삼고 있었다. 연극적 환각은 사실주의의 개념에서 정리되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에도 이러한 효과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고 있었다. 연극의 내용과 형식은 이성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납득 가능한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서사극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연극적 환각은 기본적으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데에만 크게 기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는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면, 그 역할이란 사실에 근접하게 모사하는 일이라기보다는, 배우라는 현실의 인간이 어떤 역할을 임의로 수행하고 있음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믿었다.  

 

4. 연극적 환각을 거부하는 방법 

 

연극적 환각을 거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춤과 노래이다. 브레히트의 연극은 서사적인 줄거리 곳곳에 노래 부르고 춤추는 대목이 삽입되어 있었다. 브레히트는 고대의 그리스 연극에서 활용되다가 사라졌던 코러스를 근대적인 관점에서 부활시켰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연극을 기존의 연극과 차별화시키는 데에 활용했다. 

 

노래와 춤은 그 자체로 관객의 흥미를 끄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작품의 줄거리에 침윤되지 않도록 관객을 일깨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5. 브레히트의 목표 

 

브레히트의 연극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그의 연극은 관객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낼 정도로 뜨거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재미와 열광 그리고 뜨거운 다음에, 생각과 고요 그리고 차가움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객석 문을 나선 다음, 연극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이러한 생각은 낯선 것이 아니다. 사실주의 연극의 궁극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도, 이성을 통한 사회 비판 혹은 개선이었다. 사실주의 연극도 현실의 문제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하나의 과정이었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들추어내고 이를 비판하는 사고 작용이 촉발된 바 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서사극의 이념 역시 사실주의의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그 둘 모두 연극을 통한 사회 비판이며, 동시에 구체제의 모슨과 부조리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보출처: 김남석 저, <연극적 역사와 스타일>, 연극과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