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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창고

드라마투르기? 드라마투르그?

by 야키디 2023. 7. 21.

간혹 연극 포스터에서 '드라마투르그' 누구누구 라는 이름을 본적 있을 것이다. 어떤 포스터에서는 '드라마투르기' 누구누구 라는 이름이라고 적혀 있기도 하다. 혼란스럽다. 드라마투르그 혹은 드라마투르기는 무엇인가?  이 둘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1. 드라마트루기의 어원 

 

드라마투르기는 그리스어 'dramaturgia(드라마투르기아)'를 어원으로 한다. 드라마투르기아는 드라마 형태의 텍스트를 쓴다는 의미의 동사 'dramatour-eo(드라마투르-어)'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드라마투르-어는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다'는 의미의 'dramatopoi-eo(드라마포토-어)', 극작법을 의미하는 'dramapoia(드라마포이아)', 극시 작가라는 의미의 'dramato-poios(드라마토-포이오스)' 어원에 기원한다. 그리스 어원 자체에 '만들다'와 '하다' 같은 매우 역동적인 동사가 내포되어 있으며, 'dramatopoiou(드라마포이오)'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을 지칭한다. 

 

 

2. 드라마투르기의 사전 정의 

 

드라마투르기는 희곡이나 공연에서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으로 작품의 구조적 특성과 그것을 연구하는 역할,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조적 특성은 특정 작가와 작품에 관련되며 드라마적 구조나 행위, 장르, 캐릭터, 작품의 극적 구조, 의상, 무대 장면, 조명과 같은 제작에 내포된 요소를 포함한다. 따라서 드라마트루기는 드라마 이론과 연계되며, 시대와 움직임, 스타일 사이의 특징과 지식을 지녀야 한다. 즉, 하나의 작품에 있는 요소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한 극적 사건의 구조이며, 이들 요소가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내 관객이 이해하도록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3. 드라마트루기와 드라마투르그 

 

드라마트루기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독일의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에 의해서다. 레싱은 독일 최초의 국립 극장인 함부르크 국립극장의 작가로 임명되었으나 자신을 극장 내부 비평가로 호칭한다. 이후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출간하는 잡지에 자신이 관람한 공연의 평론을 게재하고, 그것을 모아 <함부르크 드라마투르기>를 출간하였다. 이를 계기로 드라마투르기란 명칭이 언급되었고, 극장에 소속된 내부 비평가는 '드라마투르그'로 호칭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희곡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을 '드라마트루기', 그것을 하는 사람을 '드라마투그르'라고 부른다. 

 

그러나 드라마트루기나 드라마투르그는 독일식 발음이다. 영어식으로는 각각 '드라마터지'와 '드라마터그'로 발음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용어가 정립되지 않은 채 독일어식 발음과 영어식 발음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지, 드라마투르그는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드라마투르기를 한다'라고 표현해야 하며, 드라마터그는 '드라마터지'를 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4. 드라마투르그의 역할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공연의 완성을 위해 배우와 연출가를 중재하고, 공연대본을 준비하고, 대본을 분석하여 연출과 배우를 돕는 등 공연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포함한다. 따라서 희곡이 지닌 미적 구조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결정해야 하며, 해당 공연을 위해 연구와 조사를 병행해야 하며, 이를 관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보통 드라마투르그는 리허설 내내 연출가 곁에서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별히 '프로덕션 드라마투르그'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이때 드라마투르그는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작품 배경 조사와 대본의 생략과 수정, 번안, 편집, 번역을 담당한다. 이때 드라마투르그가 지녀야 할 덕목은 연극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열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료를 존중하며, 그 과정을 함께 견디는 인내심이다. 특히, 자신의 위치가 연출가는 아님을 늘 상기해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연출가의 작업이나 리허설에 끼어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연출가의 요청이나 동의 없이 자신의 노트를 단원에게 보여주거나 논의해서도 안 된다. 

 

 

5. 야키디의 정리 

 

국내에서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은 매우 축소되어 있다. 대부분 연출, 조연출, 작가가 드라마투르그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분석하고 미학적인 구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연출과 그다지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투르그의 미덕은 작품의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트루그는 내부에서 내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작품이 가야 할 길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드라마트루그는 개입해야 할 선을 잘 지키면서, 작품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극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작품)을 보고 달리기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순간 만큼은 외롭지 않다. 하지만 단 한 명, 드라마투르그는 외로워야 한다. 누구와도 깊이 섞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작품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감시해야 하는 역할. 공연 제작 과정에서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과 현명한 입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작 여건, 특히 돈과 시간의 문제라는 현실 앞에서 이러한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독일의 레싱처럼 한 극장에 오래 상주하며, 그 극장의 레퍼토리를 검토하고, 작품의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며, 극장과 공연의 기능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드라마투르그는 아직까지 우리에겐 요원한 일이다.